포폴스 단체전 (겹)
초대의 글
중앙대 사진아카데미에서 수업을 같이한 학우 7인 모임인 <포폴스>가 9월 5일부터 11일까지 파주시 교하 아트센터에서 파주 연풍리를 주제로 사진 전시회를 연다.
지난 1년여 동안 그들만의 독특하고 섬세한 시각으로 촬영한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촬영기간 동안 <포폴스>는 젊은 세대들이 떠난 마을의 공동화와 함께 늘어가는 빈집, 갈라지고 무너진 담장, 그 옆에 조그만 텃밭, 마을 옆에 자리 잡은 군부대, 그리고 오랜 지역문제인 용주골 철거현장 등에서 연풍리의 고단한 역사를 인식하게 되었다.
골목길에서 수시로 만날 수 있었던 과거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진 시간의 겹들을 한탄과 연민의 렌즈가 아닌, 담담함과 희망의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들로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
#박찬숙
어느 한순간에 정체성을 상실한 곳, 낯설고 차가운 모습으로 자신을 숨긴 곳. 그러나 나는 느낀다.
갈라진 벽돌과 얽힌 담쟁이넝쿨 안에서, 좋았던 시절만을 추억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려는희망을 가진 연풍리, 그곳을. 삶과 현실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내일의 연풍리에게오늘의 우리가 이 송가를 바친다.
#서경덕
연풍리 골목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50년 넘게 연탄불에 돼지갈비를 팔아온 고모, 30여 년간 한자리에서 미장원을 운영해온 사장님, 옆집이 헐려서 위험해 보이는 집에서도 일상을 보내는 할머니, 여전히 담장에 꽃을 피우고 있는 소녀같은 아주머니도 이야기가 많았다.
나는 연풍리 골목길 사람들 옆에서, 곧 사라질 집과 남겨진 이야기를 촬영하였다.
#윤용남
오랜 세월 동안 삶의 터전이 된 연풍리 모두의 기억 속에 사라지기도 한 …
잊혀질 수도 있는… 작가의 시선 안으로 그 모습들이 들어오고 있다.
정리가 안된 미로같은 골목길, 빛바랜 대문, 벽 여기저기 허물어지고 무너진 틈 사이로 이름 모를 풀과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고양이와 개… 이들의 언저리에서 이곳에 살았던 분들의 삶의 고통, 아픔, 즐거움 등이 느껴진다.
연풍리가 사라질 때까지 이분들의 추억들을 잘 간직하고자 계속 셔터를 누르고 싶다.
#이점숙
화려함의 대명사, 한때를 풍미했던 곳. 이제는 안녕이라고 작별을 고하는 연풍리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
카메라 셔터 속에 열심히 담았다.
#임은옥
연풍리의 잊혀져가는 마지막 현실을 보며 의미있는 우리의 역사를 되새겨본다.
무너져가는 집들과 쓰레기로 덮여 있는 대지 위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생명은 싹트고 있었다. 복사꽃을 피우고 목련꽃을 피우며, 땅에 강건함을 힘있게 유지하며,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며 그 존재 의미를 다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전경 사진을 하나 촬영하고 나니 연풍리에 새로운 희망이 솟아남을 앵글에 담고싶어졌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나는 연풍리를 기록한다. 사진작가가 되어 스쳐지나가는 찰나를 포착할 수 있고 기록됨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임정량
덧대어지고 수리된 문과 담벼락. 낡고 사라져 가는 사물들의 시간을 중첩시켜 오랜 시간의 겹을 표현하였다.
#한옥경
연풍리와의 첫 만남은 어색한 쭈뼛거림으로 시작되었다.
이것저것 호기심으로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고 그냥 그 사물들의 이끌림으로 움직이다 보니 꽤 많은 것들이 내 카메라에 담겨오곤 했다.
이 지역의 이야기와 역사가 카메라에 피사체를 담는데 시작을 준 것 같지는 않지만 내 맘이 울리는 대로, 그것들이 내 눈길을 끄는 대로 앵글에 담아 셔터를 누르다 보니, 그것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계속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어색함에서 점차 편안함으로 그것들과 만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