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재 개인전
작가 노트
잃어버린 얼굴, 그러나 아름다운 얼굴
처음 이 작업을 시작했을 때, 나는 제주 해녀들의 삶과 얼굴을 기록하고 싶었다.
바다를 드나든 긴 시간, 거센 파도와 바람을 견디며 살아온 얼굴, 그리고 그 속에 새겨진 세월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러나 셔터를 누르는 시간이 쌓일수록, 내 마음은 조금씩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외할머니는 제주 해녀였다. 그분은 내가 거의 기억하지 못할 만큼 어린 시절 세상을 떠나셨다. 그래서 해녀들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오래전에 잊힌 외할머니의 얼굴이 문득문득 그 위에 겹쳐졌다.
그제야 나는 떠올렸다.
내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은 젊고 아름다웠던 외할머니의 얼굴이 아니었다.
물속을 수없이 드나든 세월이 새겨 놓은 깊은 주름, 짠 바닷물과 거센 바람이 남긴 거친 피부, 물 밖으로 올라올 때 보이는 고된 모습, 꽉 끼는 잠수복을 벗으며 내쉬는 거친 숨,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지나 환하게 웃는 얼굴.
그 얼굴들은 세월이 뺏어간 아름다움이 아니라, 세월이 천천히 빚어낸 아름다움이었다.
누군가는 그 얼굴을 늙음이라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내게 그 주름은 고단함의 흔적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견뎌낸 시간의 기록이며 삶이 남긴 가장 깊은 서명이다.
해녀들의 얼굴에는 수십 년 동안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바다를 견뎌 온 시간이 새겨져 있다. 거센 파도와 차가운 겨울바다, 가쁜 숨을 참아내야 했던 수많은 잠수와 두려움은 한 줄의 주름이 되었고, 그 주름들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을 완성했다.
나는 그 얼굴들을 보며 늙음을 보지 않는다.
나는 한 사람의 삶이 가장 아름답게 익어가는 순간을 본다.
그 얼굴은 가족을 위해 자신의 젊음을 기꺼이 바다에 내어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삶의 훈장이다.
그래서 이 사진들은 해녀의 얼굴을 기록한 사진이 아니다.
한 사람이 살아낸 시간이 어떻게 얼굴이 되는지를 기록한 초상이다.
이 작업은 해녀를 기록하는 일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외할머니를 이해해 가는 여정이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아름다운 얼굴이란 무엇일까.
젊고 매끈한 얼굴일까.
아니면 오랜 세월 사랑하고, 견디고, 책임지며 살아낸 시간이 남긴 얼굴일까.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젊음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삶은 얼굴에 머문다.
그리고 그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 된다.’
정석재 Jeong Seok Jae
정석재는 직장생활을 이어오면서도 사진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사진가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카메라를 들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사람과 자연, 그리고 삶의 이야기를 기록해 왔으며, 다양한 단체전에 참여하는 한편 개인전을 개최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그의 사진은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장면보다 평범한 삶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순간과 시간을 담아내는 데 관심을 둔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하는 한 장면, 사람의 표정에 스며든 세월,그리고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삶의 흔적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두 번째 개인전 〈잃어버린 얼굴, 그러나 아름다운 얼굴〉에서는 제주 해녀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바라본다. 깊게 패인 주름, 거친 바닷바람이 남긴 피부, 물질을 마치고 물 밖으로 올라와 거친 숨을 고르는 순간, 그리고 힘겨운 삶 속에서도 환하게 웃는 얼굴을 통해, 그는 세월이 만들어낸 진정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정석재는 이번 작업을 통해 젊음의 아름다움보다 오랜 시간 가족을 위해 살아온 삶의 깊이에 주목한다. 그의 사진 속 해녀들의 얼굴은 고단함의 흔적이 아니라, 오랜 세월 성실하게 살아온 삶이 새겨진 기록이며, 한 사람의 인생이 만들어 낸 가장 아름다운 초상이다.
현재도 직장생활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며 사진을 통해 사람과 삶의 이야기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