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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th 섬에서 부는 바람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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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th 섬에서 부는 바람 사진전

섬에서 부는 바람 사진전 20th

섬에서 부는 바람 사진전 20th
기간 : 2024.12.21 – 12.26
장소 : 제주문예회관 제3전시실

일주도로
일주도로는 해안을 따라 제주 섬 한 바퀴를 도는 176.07km의 도로이다. 1971년 ‘국도 12호선’으로 착공하여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라 2008년 ‘지방도 1132호선’으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중간 중간 계속 연장 되었고 현재까지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물’이다. 화산 지형인 제주에서는 비가 내려도 금방 지하로 스며들기 때문에 지상에서 물을 가두지 못하고 흘러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이유로 제주에선 항상 식생활에 쓰이는 물이 부족했기에, 지하로 스며든 물이 모여 흐르다 압력을 받아 지표면으로 솟아오르는 용천수가 있는해안지역을 중심으로 마을이 밀집되어 형성되었다. 점차 인구가 증가하면서 생활과 다양한 경제활동을 위해 해안 마을들을 따라 제주도 전역을 잇는 일주도로가 건설되었다.

사진창작집단 「섬에서 부는 바람」 회원들이 주제로 삼은 것은 ‘일주도로변에 위치한 마을들과 이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삶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회원 각자의 관심에 따라 마을 풍경, 가옥 구조, 밭농사, 팽나무, 해안가, 포구, 해녀 등을 찍었고, 소재가 다양한 만큼 다른 여러 사진들을 통해서 현재의 마을 모습과 특성들을 표현했다. 회원들은 사진을 찍는 동안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마을을 볼 수 있었다.

바닷가를 따라 건설된 해안도로, 경관이 좋은 곳의 건축물, 풍력 발전기, 카페 등이 새로 생긴 반면, 폐허가 된 집들도 많아졌다.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 대신 노인들과 길고양이가 많이 보여서 마을들이 활기를 잃은 듯 보이기도 했다. 물론 예전보다 깨끗하게 정비되고 활기찬 마을도 더러 있었지만…여행을 떠나보면 제주만큼 아름다운 섬은 드물다. 섬을 보듬고 있는 바람과 동쪽바다의 일출을 볼 수 있는오름들, 따사로운 햇볕과 해녀들의 물질 풍경만큼 정겹고 사랑스러운 것이 없기에 우리는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다. 「섬에서 부는 바람」 회원들도 이런 제주 풍경에 마음을 두고 공동화(空洞化) 되어가는 마을에 서는 아쉬움을, 밝고 활기차게 변해가는 마을에서는 희망을 품고 사진을 찍었다.

1929년 미국에서 대공황이 일어나자 농업안정국(FSA)은 경제학자 로이 스트라이커의 지휘아래 농촌에 불어 닥친 빈곤의 실상을 알리고, 뉴딜 정책으로 빈곤이 어떻게 개선되는지 홍보하기 위해 사진가들을 고용하였다. FSA의 사진은 다큐멘터리 역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경제공황 직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여론을 조성할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 농촌의 현실을 기록하고 알리는 일에 사진을 이용 했던 것이다. 이는 국가가 스스로의 어두운 면을 기록한 보기 드문 케이스였다. FSA에 의해 총 27만 7천장의 사진이 만들어졌고, 그 중 17만장이 현재 미의회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섬에서 부는 바람」 회원들이 찍은 사진은 FSA의 사진들처럼 원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대상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찍는 것보다 일상적인 데서 아름다움을 찾아 내는 것이 더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세상을 살펴보는 일, 세상에 대해 상상하는 일이 사진가의 역할이며 그것이 바로 사진이 역할이라는 것을 회원들은 알고 있다.

고남수 /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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